[잘 구운 바게트는 안 먹어도 기분이 좋다] 몇 년 전 파인 다이닝에서 일하며 나는 바게트의 맛을 알게 됐다. 사장님은 매일 그날 사용할 바게트를 손질하며 오늘은 상태가 좋지 않다고, 혹은 오늘은 적당한 굽기라고 하셨는데 빵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바게트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듯도 하다. 제빵사가 바뀐 건지 만족스럽지 못한 바게트 상태에 사장님의 낙심이 이어지던 어느날,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바게트라며 열띤 표정으로 빵을 보여주시는데, 그때 알게 되었다. 정말 맛있는 바게트는 고소하게 맴도는 향긋함에 굳이 맛을 보지 않아도 흐뭇한 기분을 들게 한다는 것을. 바게트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기준이 매우 엄격해서 아무 빵에나 바게트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한다. 물과 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