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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과 생각집/조각글 5

{Together} Driven Developer: 잘 만든 바게트처럼🚀

[잘 구운 바게트는 안 먹어도 기분이 좋다] 몇 년 전 파인 다이닝에서 일하며 나는 바게트의 맛을 알게 됐다. 사장님은 매일 그날 사용할 바게트를 손질하며 오늘은 상태가 좋지 않다고, 혹은 오늘은 적당한 굽기라고 하셨는데 빵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바게트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듯도 하다. 제빵사가 바뀐 건지 만족스럽지 못한 바게트 상태에 사장님의 낙심이 이어지던 어느날,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바게트라며 열띤 표정으로 빵을 보여주시는데, 그때 알게 되었다. 정말 맛있는 바게트는 고소하게 맴도는 향긋함에 굳이 맛을 보지 않아도 흐뭇한 기분을 들게 한다는 것을. 바게트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기준이 매우 엄격해서 아무 빵에나 바게트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한다. 물과 이스..

꼭 맞는 만큼만 말하고 싶어

https://youtu.be/O34aMibcwkE 그때는 그럴 줄 알았지 2009년이 되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너에게 말을 할 수 있을 거라 차갑던 겨울의 교실에 말이 없던 우리 아무 말 할 수 없을 만큼 두근대던 마음 우리가 모든 게 이뤄질 거라 믿었던 그 날은 어느 새 손에 닿을 만큼이나 다가왔는데 그렇게 바랐던 그 때 그 마음을 너는 기억할까 이룰 수 없는 꿈만 꾸던 2009년의 시간들 2009년의 우리들, 2019 정확히 10년 간격의 노래 두 곡을 듣다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작은 몸집에 비해 버겁게 크던 책상에 골똘히 앉아 문제집 한귀퉁이를 찢어서는 주사기 모양 샤프펜슬에 말아넣던 순간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이 된 내가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아무런 임팩트 없는 ..

오랫동안 좋아해온 글

하나뿐인 이단 우산은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성격 급한 할아버지는 이미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펴지는 우산이었지만 버튼도 듣지 않았고 수동으로 펴지지도 않았다. 비는 굵은 방울로 떨어져내렸다. 이런 날씨에 우산 하나 제대로 챙겨오지 않은 할아버지에게 화가 났다. 골목 끝에 편의점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우산을 살 만한 돈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다가 뒤를 보더니 손을 흔들며 괜히 웃었다. 나는 고장난 우산을 들고 할아버지에게 뛰어갔다. 울음을 겨우겨우 참으면서, 할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 나는 할아버지에게 우산을 건넸다. “우산이, 우산이 펴지질 않잖아. 저번만 해도 잘 됐는데, 꼭 필요하면 이래.” / 쇼코의 미소, 최은영 그렇게 날..

물 같은 사람이고 싶다

나를 표현할 딱 한 단어가 있다면, 그게 '물'이라면 좋겠다. 언젠가 음식에 성격을 비유하는 심리테스트를 보며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을 물로 보다' 라는 말은 욕으로 쓰인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하는 일이 야무지지 못하고 싱거운' 이미지에 유래했다고 한다. 체계적이고 단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내 입장에선 기피해야 할 특성이겠다. 그렇지만 생각할수록 물로 보이는 건, '물의 특성'을 갖는 건 아무리 곱씹어봐도 멋진 일이다. 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물의 반대말은 불이니까. `불로 보다`라는 말은 없을뿐더러 어감에서 드러나듯, 사람들이 불을 만만하게 보지는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내게는 불이 좀 더 하찮기 때문이다. 사랑은 타오르는 것,이라는 예사로운 말을 나..

mood tracking_

기록에는 능해도 편집과 의미 도출에는 늘 취약했던 내게 워크플로위는 생산성 도구 그 이상의 의미이다. 어제와 오늘, 상상도 쉽지 않은 먼 미래 사이에 촘촘한 기록이 찍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나의 일기장이자 플래너이자 비서다. 오늘은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 때에는 신체의 말랑한 부분을 천천히 만지고, 조금씩 자세를 바꾸어가며 움직이고, 동시에 가장 편안했던 여행지를 떠올려 보라고 의사는 말했다. "가장 편안했던 여행지요?" '가장~한' 이라는 수식이 붙은 질문에 늘 그래왔듯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한 곳을 골랐다. 듬성한 소나무숲, 파란 하늘에 섞이던 코발트색 티셔츠, 파도처럼 여유롭게 미끄러지는 바람과 한참을 봐도 질리지 않았던 수평선이 그려졌다. 그런 시간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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