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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만다라트 회고]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너는 알까

TLdkt 2023. 3. 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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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보다 동그라미가 늘어난 만다라트를 보니 그래도 발전하고 있구나 싶다.
 



2월 마지막 날은 유독 특별하게 보냈다. Y가  긴 생일 편지를 써 주었기 때문이다. 한껏 쪼그라든 마음을 감추며 어떻게든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다 숨기지 못한 초조함과 슬픔이 티가 났나보다.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너는 알까." 편지 속 '자랑스럽다'라는 말 속에 담긴 단단한 신뢰가 지난 몇 개월을 돌아보게 했다.

몇 번의 면접과 코딩테스트, 매일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서류 속에서 점차 확실하게 보이는 건 불명확한 미래뿐이었다.  코딩테스트와 서류에 올인해야 한다는 생각 반, 실력을 어떻게든 키워 프로젝트를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 반, 불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표지판을 세차게 흔들어댔다.



가끔은 스스로가 마치 100원짜리 태엽인형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방구에서 뽑기 100원에 쉽게 구하던 플라스틱 장난감은 바쁘게 아무데나 돌아다니다 바닥에 툭 떨어져 금방 부서지곤 했다.
태엽 장난감마냥 쉼없이 산다고 생산적인 건 아니다. 그걸 잘 알기에 더 의구심이 들었다. 그간 들여온 노력이 사실 헛수고였던 건 아닐까,  이렇게 분주한 일상 끝에 남아있는 게 오히려 바닥이라면 스스로를 견딜 수 있을까.
 개발을 배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수없이 검색했던 '백엔드 신입', '백엔드 신입 역량', '백엔드 취업' 등등이 검색 기록에 엮일 때마다 나는 착잡해졌다. 검색 결과 속 JD 키워드를 채우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 오로지 그럴듯한 말발로만 남은 게 아니었을까. 질문은 서로를 순환참조하며 뇌 용량을 소모하고 있었다. '개발자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할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스프링 내부 코드를 뜯어보고 오픈소스를 참고해 코드 형식을 바꿔보면서도 성장에 대한 뿌듯함보다는 손에 잡히지 않는 정답에 더 갈증이 났다. 더 나은 코드가 있을 것 같다는 찝찝함은 pr을 무한정 미루게 만들었고, 언제쯤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급함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보챘다. 이력서를 매일 수정하면서도 이렇게 하잘것없는 기록을 자랑이라고 올려야 한다는 게 부끄러웠다. 기록 하나만은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200여개 넘개 쌓인 트러블슈팅 흔적을 보면 우스웠다. 그럴듯한 이슈도, 엄청난 난도도 아니었다. 그땐 뭐가 그렇게 이해가 안 되고 궁금했는지. 속으로 웃다 강한 기시감을 느꼈다. 몇 달 전 받았던 멘토링에서 느꼈던 기분이었다.





그때도 트러블슈팅 문서를 들고 깄었다. 고민의 수준과는 별개로 문서는 학습 당시의 혼란스러움, 불안함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기에 멘토님은 일견 안쓰럽다는 표정을 하셨던 것 같다.
성장에 대한 갈증, 적극적인 학습과 파고들려는 기질이 개발자로서 필수지만, (한국어는 늘 연결어미 뒤가 핵심이다) 꼭 당장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하셨던 조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선은 오늘의 할일을 할 것, 부족함을 견뎌내고 완성한 뒤에 개선할 것. 노력하는 자신을 믿을 것.



y의 편지를 읽는데 자꾸만 그때의 멘토링이 떠올랐다. y는 정곡을 찔려 울어버린 내게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 다 너를 무시해도  너는 알잖아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노력에 떳떳하면 성장에도 확신이 생긴다는 걸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한 달만에 자료형의 정의를 보다가 자료구조를 배우고, 그로부터 두 달 뒤에는 완성된 프로젝트를 만들고 그 기반 원리를 이해하게 되기까지, 힘겹게 따라갔던 진도와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아침저녁으로 책으로 강의로 공부했던 컴퓨터과학 과목들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주었는지 잊고 있었다. 개발은 늘 힘들지만 재밌었고, 어려운 만큼 정성을 들이고 싶게 만들었다.






길었던 생일 자정을 보내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봤다.  처음 접하고 처음 써보는 기술이지만 전처럼 두렵지는 않았다. 지금껏 겪어온 수많은 에러가 있었기에 수월하게 많은 단계를 넘길 수 있었고, 완벽한 코드는 아니어도 원하던 대로 동작하는 결과물이 나왔다.



이 글을 적기 전 회고 카테고리 글들을 돌아보면 주제는 각각 달라도 늘 같은 결론이 났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잘할 수 있을지 초조한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잡자는 것.
또, 혼자만 견디려고 하지 말자는 것. 늘 나를 일으켜세웠던 것은 주변 사람들이었다. 아낌없이 지식을 공유하고 조언을 나누는 동기들, 몇 시간이 걸려도 번거로운 내색조차 없이 조언해주시던 선배 개발자분들, 연락도 제대로 못하는 내게 언제나 응원과 격려만을 쏟아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라면 하나를 끓이려 해도 물이 끓는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인생은 너무 길고, 나는 성장을 사랑한다. 성장에 있어 섣부른 걱정과 불안은 독이 된다. 천천히 뜸이 들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것, 개발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내가 다시 떠올려야 할 마음이라고 혼란스러운 3월의 시작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당시 멘토링을 받고 썼던 글
https://kindspoon.tistory.com/m/157

개발자의 시간 관리: 우선순위 설정과 똑똑한 트러블슈팅

들어가며 개발을 배우면서,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그동안 계속 고민했던 문제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려 한다. 바로 '시간관리'다. 학습을 하다 보면 내용 이해가 되지 않은 채로 타이핑만 했다

kindspo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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